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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휴식이 아니다

잠은 휴식이 아니다.

뇌가 일을 멈추는 시간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일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깨어 있는 동안 뇌는 끊임없이 작동하면서 노폐물을 만든다. 그 노폐물을 치우는 청소부 ‘글림프 시스템’ 는 우리가 깊이 잠들어야만 비로소 출근한다.

*그러니까 잠을 줄인다는 건 일을 더 한다는 뜻이 아니라, 청소를 안 하고 산다는 뜻이다.

이 청소가 밀리면 그 비용은 세 단계로 돌아온다

첫째, 하루 못 자면 판단이 먼저 무너진다.
어제 네 시간만 잔 사람은 평소 같으면 안 했을 결정을 한다. 마트에서 안 살 물건을 카트에 담고, 회의에서 동의 안 할 안건에 고개를 끄덕인다. 본인은 멀쩡하다고 느낀다. 이게 가장 무섭다. 잠 부족은 본인의 인지 능력을 본인이 못 본다는 형태로 온다.

둘째, 며칠 못 자면 감정이 먼저 망가진다.
사흘쯤 야근이 이어지면,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사람이 미워진다. 동료의 말투, 가족의 같은 질문 — 평소엔 흘릴 것들이 거슬린다. 우리는 이걸 “스트레스”라고 부르지만, 절반은 청소 안 된 뇌의 반응에 가깝다.

셋째, 수년 못 자면 안 치워진 것이 굳기 시작한다.
베타 아밀로이드 같은 단백질 찌꺼기가 매일 조금씩 쌓이고, 어느 시점부터는 청소로 빠지지 않는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것들이 거기서 출발한다. 20대에 잠을 줄여 번 시간이 60대에 다른 형태로 돌아온다는 가설이, 최근 몇 년 사이 꽤 단단해졌다.


판단, 감정, 그리고 뇌 자체
잠을 줄였을 때 우리가 잃는 것은 위 순서대로 늘어선다.

8시간이라는 숫자는 권장이 아니라 견적에 가깝다. 청소가 끝날 만한 시간을 평균 내본 값. 누군가는 일곱 시간이면 끝나고, 누군가는 아홉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청소를 건너뛰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덜 자는 사람은 게으른 게 아니다. 매일의 청소를, 내일의 자기에게 미루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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