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도 식단도 다양했다. 단 한 가지, 사회적 연결만은 빠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부모님께 의미 있는 안부 전화를 한 게 언제였는가. 형식적인 “잘 지내?”가 아니라, 5분이라도 진짜 대화를 나눈 통화 말이다. 그 5분이 부모님 해마에서 일어나는 일을 좌우할지 모른다는 연구가 지난 2월, Nature에 실렸다.
80세에 50세의 뇌, 신청자의 10%만 통과한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메슐람 인지신경학·알츠하이머 센터는 1999년부터 25년째 한 가지 질문을 추적해왔다. 80세를 넘어서도 50대의 기억력을 유지하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이들을 ‘슈퍼에이저(SuperAger)’라 부른다. 단어 회상·이야기 회상·일상 기능 평가의 세 관문을 통과해야 자격이 주어지고, 신청자의 약 **10%**만이 통과한다.
지난 2월 26일, 연구팀은 슈퍼에이저 사후 뇌 표본 6개와 일반 노인·청년·알츠하이머 환자 표본의 해마를 단일 핵 RNA 시퀀싱으로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핵 35만 5,997개를 분석한 결과, 슈퍼에이저의 해마는 또래 노인보다 약 두 배, 알츠하이머 환자보다 약 2.5배 많은 새 뉴런을 만들고 있었다. 80세에도.
그들의 해마에서 일어나는 일: ‘회복탄력성 환경’의 발견
연구팀은 신경발생 자체보다 더 흥미로운 발견을 보고했다. 슈퍼에이저의 해마에는 새 뉴런이 살아남을 수 있는 별도의 세포 환경, 그들이 ‘회복탄력성 신호(resilience signature)’라 명명한 패턴이 존재했다. 새 뉴런이 태어나도 그것을 죽이는 환경이라면 기억은 보존되지 않는다. 슈퍼에이저는 만드는 능력과 살리는 환경, 둘 다 갖췄다.
또 하나. 그들의 전대상피질에는 폰 에코노모 뉴런이 또래보다 많았다. 친한 친구의 농담 의도를 0.5초 안에 읽는 그 회로다. 즉, 사회적 뇌 회로 자체가 더 두텁다.
운동도 식단도 다양했다. 단 한 가지만 빠지지 않았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반전이다. 25년간 290명의 슈퍼에이저를 들여다본 메슐람 센터의 결론에 따르면, 그들은 운동 습관이 제각각이었고, 식단도 일관된 패턴이 없었다. 누군가는 매일 걸었고 누군가는 거의 운동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와인을 즐겼고 누군가는 술을 끊었다.
빠지지 않은 단 하나는 사회적 연결이었다. 친구와의 깊은 교류, 가족과의 정기적 접촉,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의 존재. 양이 아니라 질이다. 5명의 페이스북 친구가 아니라, 5명의 진짜 친구다.
한국에서는 65세 이상 1인가구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고, 질병관리청 2025 지역사회건강조사는 1인가구를 우울 고위험군 중 하나로 지목한다. 두 숫자 사이에 슈퍼에이저 연구가 던지는 함의가 있다.
편집자의 한마디
솔직히, “친구 만나고 운동하고 잘 자라”는 결론은 너무 진부했다. 그런데 이번 논문에서 마음을 바꾼 한 줄은 이것이었다 — 슈퍼에이저의 해마에는 새 뉴런이 살아남을 수 있는 별도의 환경이 있었다는 것. 진부한 처방이 진부한 이유는 효과가 약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진지하게 시도하지 않아서일지 모른다.
단, 이 연구가 말해주지 않는 것들
환호하기 전에 짚어야 한다.
첫째, 핵심 분석의 표본은 6개다. Nature의 권위에도 인간 뇌 변이는 크다.
둘째, 사후 부검은 인과를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사회성이 좋아 신경발생이 활발한지, 신경발생이 활발해 사회성이 유지되는지 양방향 모두 가능하다.
셋째, 미국 도시라 한국의 가족 중심·고밀도 사회의 사회적 연결과는 형태가 다르다.
넷째, 슈퍼에이저 연구는 25년이 지났지만, 무엇이 원인인지는 아직 결론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주에 할 수 있는 한 가지
한계를 다 인정해도 이 연구가 흔드는 것은 분명하다.
사회적 연결은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인프라 문제다. 가정의 달이라는 시즌 마케팅은 잠시 잊자. 어버이날 카네이션 한 송이보다 강력한 처방이 있다.
다음 한 주 동안 해보자
- 오늘 안에, 1년 이상 연락 안 한 한 명에게 다섯 문장짜리 안부 메시지를 보낸다
- 이번 주말까지, “내 진짜 어려움을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사람” 3명을 노트에 적는다.
(3명이 안 채워지면, 그 자체가 신호다) - 이번 달 안에, 그중 한 명과 마주 앉아 식사를 한다. 카톡과 전화는 폰 에코노모 뉴런을 덜 자극한다
운동도 식단도 다양해도 좋다. 단 한 가지, 의미 있는 관계만 놓치지 않으면 된다. 당신의 80세 해마는 지금 이 순간, 어떤 환경을 만들어가는 중인가.
참고: Vicidomini et al., “Human hippocampal neurogenesis in adulthood, ageing and Alzheimer’s disease,” Nature, 2026 (DOI: 10.1038/s41586-026-10169-4) / Northwestern SuperAging Program (Mesulam Center, 1999~) /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 질병관리청 지역사회건강조사 2025. 본 내용은 일반 정보이며, 구체적 인지·정신건강 문제는 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상담을 권합니다. 정신건강 위기 상담 1577-0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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